
1. 임신 하혈 유산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이 선명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하혈을 하게 되면 임산부의 마음은 철렁할 수밖에 없다. ‘혹시 유산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임신 중 하혈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 하혈이 나타나면 절박유산을 먼저 의심하게 된다.
절박유산, 계류유산, 습관성 유산… 유산을 표현하는데 이렇게 많은 단어가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게 된다.
하지만 임신 중 하혈을 경험한 산모들 중에서도 무사히 출산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체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상담과 의료적 조치를 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임신 중 겪고 싶지 않지만, 때로는 마주할 수도 있는 유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2. 유산의 발생 비율
유산은 생각보다 흔히 발생한다. 모든 임신 중 약 10~20%는 유산으로 이어지며, 이 중 대부분은 임신 초기(12주 이내)에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 유산율은 더 높을 수 있다. 이는 초기 임신 단계에서 산모가 유산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한 생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생식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자연유산의 확률은 연령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20~24세: 9.5%
- 25~29세: 10.0%
- 35~39세: 17.7%
- 40~44세: 38.8%
- 45세 이상: 53.2%
특히, 고령 임산부의 경우 유산율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는 난자의 질 저하와 염색체 이상 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해 자연유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다.
3. 유산의 종류
유산은 발생 시기와 진행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다음은 주요한 유산의 종류다.
절박유산 (threatened abortion)
유산이 막 시작되려는 상태로, 하혈과 약간의 복통이 동반되지만 태아의 심박수가 확인되는 경우다. 이 경우 적절한 안정과 치료로 임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불가피유산 (inevitable abortion)
출혈과 복통이 심하며, 자궁경부가 열려 태아의 배출이 불가피한 상태다. 태아와 태반이 모두 배출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불완전유산 (incomplete abortion)
태아와 태반의 일부가 자궁 내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경우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소파술 등의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다.
완전유산 (complete abortion)
태아와 태반이 모두 배출된 상태다. 이 상태에서는 추가적인 외과적 치료는 필요 없지만,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계류유산 (missed abortion)
유산이 되었으나 하혈이나 복통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태아가 자궁에 남아 있는 상태다. 자궁 내 태반 조직 제거를 위해 수술(소파술)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때로는 자연스럽게 배출되기도 한다.
습관성 유산 (recurrent miscarriage)
연속적으로 3회 이상 유산이 반복되는 경우다. 자궁경관무력증이나 내분비 이상이 주된 원인일 수 있으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4. 유산이 발생하는 이유
유산의 원인은 다양하며, 대부분은 산모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다음은 유산의 주요 원인들이다.
염색체 이상
초기 유산의 약 50% 이상은 태아의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태아가 생존할 수 없는 상태를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호르몬 이상
황체호르몬 부족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임신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궁 환경을 방해할 수 있다.
자궁 구조 이상
자궁기형, 섬유종, 자궁 내막 손상 등은 태아가 자궁 내에서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게 만든다.
감염
특정 감염, 예를 들어 풍진이나 톡소플라즈마는 태아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 임신
35세 이상 여성은 난자의 질이 저하되고 염색체 이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 유산 위험이 증가한다.
환경적 요인
흡연, 과도한 음주, 심한 스트레스, 특정 약물 복용 등은 유산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5. 유산은 산모의 잘못이 아니다
유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충격을 주지만 가장 큰 실의에 빠지는 사람은 엄마이다.
유산을 경험한 많은 산모들이 자신을 탓하거나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산의 대부분은 산모의 잘못이 아니라, 산모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 유산은 염색체 이상 등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더라도 유산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6. 유산을 경험한 후 극복
유산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충격도 줄 수 있다. 극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장한다.
심리적 지원 받기
배우자, 가족, 친구와 감정을 나누고, 필요하다면 심리 상담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적 회복
의사의 지시에 따라 몸을 회복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다음 임신 준비
유산 이후에도 대부분의 여성은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경험하고, 아이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전문의와 상의하며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7. 결론
유산은 생각보다 흔히 발생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산모는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기억하고,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배우자와 주변의 가족들도 산모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이 유산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임신 중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산모들과 가족들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